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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제64회 청년작가초대전- 한정무 전

2017-04-30

작성자 : 관리자

제64회 청년작가초대전

한 정 무

2017. 5. 4 ~ 17 / 초대일시 5월 11일 오후 6시
우진문화공간 갤러리
주최 우진문화재단

묵직하고 진중한 작업 스타일을 보여주는 조각가 한정무 작가가 올해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초대전의 문을 엽니다. 서로 다른, 어쩌면 대칭점에 서 있는 듯한 조형이 점점 변하여 마침내 결국 같은 모양이었다면 관객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묘하게도 지금 우리의 현상이 투영된 듯하네요. 대통령 선거국면을 맞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소통의 문제일텐데요. 한정무 작가의 작품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을 고민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무겁다고 여길만한 주제이지만 작품 앞에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입니다.

연휴기간을 피해 초대날짜를 5월11일로 정했습니다.

□한정무

1972년생
1998 전북대 미술학과 조소전공 졸업
2003 전북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조소전공 석사
(마르셀 뒤상의 반예술정신에 관한 연구)
2013 전북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조소전공 박사과정 수료
현 전북대 미술학과 겸임교수

개인전
2007 전북아트페어/스페이스전(한국소리문화의전당)
2010 한정무개인전(갤러리공유)
2012 한정무개인전(우진문화공간)
2013 한정무개인전(우진문화공간)
2015 한정무개인전(전북도리미술관 서울관)
2016 한정무전(갤러리숨)
2017 제64회 청년작가초대전 한정무 전(우진문화공간)

단체전
2014 서울국제조각페스타(예술의전당)
2015 전북현대조각회 서울전(인사아트센터)
2016 전북문화관광재단출범기념초대전(전북예술회관)
한국현대조각초대전 30주년기념점(춘천문화방송)
2017 우리 언제 봄(연석산미술관)
한마음전(수지미술관)

일본 오이타 조각공모전 입선(1996)
홍익야외조각공모전 특선(1999)
서울국제조각페스타(2014)

■작가의 말

요즘 내 작업에 종종 등장하는 상반된 개념들, 동그라미와 네모, 막힌 것과 뚫린 것, 안과 밖, 볼록한 것과 오목한 것, 거친 것과 고운 것...대비시켜보면 결국 그것들은 서로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통해 대비되는 것들이 닮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통로’를 주제로 한 조각과 설치작업을 통해 지금의 나의 의식 너머 새로운 당위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표현하고 싶다.

■평론

타자(他者)와의 관계를 위한 매개항(mediation)으로서 한정무의 조각 작품

이 태 호(미술평론가, 익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조각가 한정무는 항상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한다. 해답이나 정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질문을 내던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사고방식은 아마도 그의 창작태도와 습관으로부터 연유된 것이라고 판단되며 그리고 이런 방식은 필연적으로 한정무 작품의 주제와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는 듯하다. 2012 년 우진문화공간에서 가졌었던 개인전 <Q=A / A=Q>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질문을 내던지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통해 그가 작품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안과 밖, 주체와 타자, 막힘과 뚫림, 오목한 것과 볼록한 것, 음(陰)과 양(陽), 채움과 비움, 찰나와 영겁 등 일반적으로 이분법적이고 상반된 관계항의 개념들이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상반된 개념인 것처럼 보이는 이런 개념들은 사실은 한쪽이 있어야지만 다른 한쪽 역시 존재가능한 상호보완적인 개념이자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체론의 선구자였던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언어관에 의하면, 기표(記標, signifiant)는 거울이 상(像)을 비추듯이 직접적으로 기의(記意, signifié)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표와 기의는 계속해서 분리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형성한다. 데리다의 기호 구조가 영원히 부재한 타자의 흔적에 의해서 결정되고, 기의는 그것이 얽혀 있는 다양한 기표의 연쇄에 의해서 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정무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안과 밖, 막힘과 뚫림, 오목한 것과 볼록한 것, 채움과 비움, 주체와 타자, 음(陰)과 양(陽), 찰나와 영겁 등의 관계항들 역시 서로 상반되거나 적대적인 관계항이 아닌 상생(相生)의 개념으로 존재하게 되고 이들 양자(兩者)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의지하지 않으면 정신적인 생명체로서 의미를 잃게 되는 상보적(相補的)인관계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이 작가만의 정신적인 온도를 온전히 드러내듯 한정무에게 있어 철(steel)을 이용하여 제작된 이번 작품들은 작가의 내면세계를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자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변하는 정신성의 발현과 다름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의 독특한 마티에르는 마치 나이테(annual ring)의 ‘결’ 같기도 하고 혹은 천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태양계의 행성(行星)이나 위성, 소행성, 성단(星團)이나 성운(星雲) 등 천체(天體, celestial body)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한정무의 이번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이런 ‘시각적(視覺的)인 결의 흔적’들을 ‘작가만의 시간의 흔적’이자 ‘공간의 흔적’이라고 정의하고 싶고 이것을 다시 ‘시간과 공간의 관계항’으로 확장하고 싶다.

한정무에게 있어 시간은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마는 덧없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서, 작가는 ‘시간의 과정’과 그것을 통해 획득된 ‘축적된 시간’을 보여주는 암시적인 작업을 통하여 이것을 확인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런 시간의 흐름은 하나의 상태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의 연속체로서 작가에게 있어 시간은 경험되는 사람(감상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체험되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작가의 이런 시각은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철’이라는 재료에서도 여실히 찾아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 ‘철’이라는 재료는 양감(量感)과 물성(物性)을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재료이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식되는 철의 고즈넉한 자연스러움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고졸(古拙)한 멋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단면들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렇게 표현된 한정무의 작품 속에는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과 축적된 이미지로서의 시간성뿐만이 아니라 공간성 역시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한정무 작품의 독특한 표현수단이 되고 있는 ‘중심축’과 ‘회전’이란 개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대형 작품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구슬은 ‘중심축’을 중심으로 정해진 궤도에 의해시간과 공간의 흔적으로서의 작품의 나이테(결)를 오랜 시간 회전하면서 찰나의 순간, 짧은 만남을 가지게 된다. 찰나의 순간, 시간과 공간의 만남, 그리고 다시 회전을 반복하게 된다.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찰나(刹那)’는 윤회적이면서도 어쩌면 영겁(永劫)의 시간 속에 한 순간 살다가 사라지고 마는 덧없이 짧은 우리네 인생과도 매우 닮아있다. 중요한 것은 한정무의 작품에 암시적으로 표현된 찰나의 순간, 시간과 공간의 만남은 시간과 공간을 포괄하면서도 그것을 다시 초월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사각형과 원형 및 원통형 등 주로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이번 한정무의 작품들이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작품의 의도성과 확장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질(Quality)적인 면 등 그 내면적 깊이에 있어 진일보(進一步)한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0 년 갤러리 공유에서 열렸던 한정무의 개인전 <혀> 시리즈에서도 그러했지만, 그는 여전히 다양한 ‘소통’과 ‘관계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필자는 그 당시 그의 작품을 ‘소통과 관계에 대한 탐구로서 회화적인 조각’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전 작품들이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들은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분법적인 다양한 ‘관계항’들에 주목하면서 더욱 암시적이고 상징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가 눈여겨보고 있는 부분은 한정무가 창작자로서의 ‘주체(主體)’와 감상자로서의 ‘타자(他者)’의 관계성을 주목하면서 소통과 관계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주체로서 ‘나’라고 하는 존재물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타자’와의 만남으로부터 개입되는 다양한 ‘관계항’들을 주목하면서 이를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인식의 과정을 거쳐 지각의 단계를 통한 ‘현상학적 환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한정무의 조각 작품은 다름 아닌, 바로 타자(他者)와의 관계를 맺게 하는 매개항(mediation)으로서 존재하게 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 한정무는 항상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필자는 작가가 지금처럼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면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위해 절대로 안주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인류의 진보가 끝없는 변화를 통해 이어져 왔음을 상기할 때 작가에게 완성이란 다다를 수 없는 것이며, 작품은 늘 미완성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증언이며 흔적이다. 그러므로 “예술 작품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늘 질문을 던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작가 클로드 비알라의 언급은 모든 작가들에게 적용되는 창작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