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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김성민 전

2022-07-24

작성자 : 관리자

소통을 위한 묵시적 몸짓 - 김성민 전

■2006년 10월19일(목)~11월1일(수)/우진문화공간 전시실
초대 : 10월19일(목) 저녁6시

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의 제23회 청년작가초대전은 서양화가 김성민 입니다. 남성누드를 작업해온 김성민은 이번 전시에서 대작 중심의 작업을 선보입니다. 강렬한 붓질 속에 녹아있는 우리 삶의 다양한 고뇌를 거대화면 속에서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 프로필

원광대학교 서양화과,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06 우진문화재단 제23회 청년작가 초대전 (우진문화공간, 전주)
2005 頭 테라코타전 (서신갤러리, 전주)
2004 광주 신세계 갤러리 초대 (광주)
2003 전북청년작가수상 기념전 (얼화랑, 전주)
MANIF전 (예술의 전당, 서울)
2002 외로된 작업들전 (전북예술회관, 전주)

기획 초대전
2006 독섬, 독도전 (전북 도립 미술관)
사람에게 길을 묻다전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주)
전북파노라마전 - NOW (전북도청사 갤러리)
2005 WORLD MUSEUM CULTURE EXPO (KINTEX, 일산)
쟁이회 15주년 기념전 (서신갤러리, 전주)
인물탐구전(서신갤러리, 전주)
미술로 보는 판소리 다섯바탕전 (경기전, 전주)
2004 앙크로와트에서 보낸편지 (경기전, 전주)
전북인물 작가전 (전북예술회관)
2003 온고을 청년미술제 (서울갤러리)
2002 하정웅 청년작가 수상기념전 (광주 시립미술관)
2001 2001 한국현대미술 신세대흐림전 (한국문예진흥원, 서울)

수상
하정웅 청년미술상
전북 청년미술상
광주신세계미술제 창작지원공모 장려상

현재 : 토색회, 쟁이회, 전북인물작가회, 한국미협회원
주소 : 전북 익산시 마동 170-3번지 10/4

#작품론
Ⅰ. 동서양 미술사에서 인체는 화가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왔다. 이집트인들은 내세를 위한 완전함의 도구로써 인체에 접근했고, 그리스인들은 이상적인 인간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사진기가 없던 시절에는 기록의 의미를 담당하기도 하였으며 가장 오랜 전통이 된 에로티시즘의 구현이라는 측면도 있었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인체를 통해 추구하는 바는 달랐지만 그 전통은 쉼 없이 지속되어왔다.
김성민의 회화 역시 인체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누드를 통해 인간과 실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상화된 누드와는 사뭇 다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드(nude)’보다는 ‘네이키드(naked)’에 개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예술과 품격의 옷을 벗어던진 네이키드의 전통은 마네의 <올랭피아(Olympia)>나 공격적 이미지가 강조된 표현주의자들의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하 일반화된 용어인 누드로 통일한다.)
작가는 자칫 새로울 것 없는 소재적 측면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치환함으로써 낯설음과 호기심으로 적절히 빗겨가고 있다. 물론 남자 누드의 전통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 여겼다. 특히 남성을 가장 이상적으로 존재로 여김으로써 인체제작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리스시대 이후에는 주로 여성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는 남성 중심적 권위적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
김성민의 누드는 인간에 대한 이상적 견해나 이분법적 권위주의가 내재되어있지 않다. 단지 자신과 같은 생명체로써의 인간을 표현하고 실험할 뿐이다. 작가의 인체에 대한 관심과 실험은 평면과 입체를 구분하지 않는다. 2005년 두상을 모티프로 한 테라코타전에서 확인되어진 바, 균열로 인한 재료적 미숙함이 다소 엿보기도 하였지만 작가의 인체연구에 대한 노력과 흔적을 확인하기에 충분했고 인체를 다루는 작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Ⅱ. 김성민은 “인간의 실존과 소외, 불안, 우울, 고뇌, 욕망 등을 관계(Relations)라는 키워드”로 작업하여 왔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결같이 고개를 떨구거나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거나 알 수 없는 공간에 무기력하게 매달리거나 주저앉은 모습이며, 불분명한 시선처리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외부적 요건에 전혀 저항할 힘과 여지가 없어 보인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힘없이 주저 앉아버릴 것 같은 인물을 통해 불안한 심리상태를 암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적막과 고독이 스민 인물상에서는 쉽게 깨어질 것 같지 않은 정적만이 감지될 뿐이다.
작가는 작품 속 인물에 대해 “현실 속에서 무기력한 나 자신이고 현재의 시대상황이며 희망의 빛이 없는 절망의 굴레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불안한 우리자신들의 자화상들이다.”고 언급함으로써 마흔을 넘긴 작가의 사회적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과 같은 인체표현은 프로이트(Lucien Freud)의 작품처럼 이상화 되어있지 않으며 비릿한 유화냄새만 느껴질 뿐이다. 작품 <무게>에서 보듯 알 수 없는 공간에 매달린 인체는 마치 냉동창고에 내걸린 고깃덩어리처럼 묘사되고 있다. 심지어 <고깃덩어리-肉>에서는 어떤 회화적 은유나 관념의 여과장치도 없이 화면 중앙의 빨간 음순을 통해 위선을 벗어던진 인간의 내면과 현실을 노골적으로 까발리는 경우도 있다.(까발리고 있다.)
위태롭게 매달린 인간상이나 미지의 공간에 내던져진듯한 표정 없는 인물들은 상호간의 소통부재와 소외를 보여주고 있으며 고독의 표상으로 작용한다. 한편으로 스스로도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타인까지 감당하고 있는 <짐>의 인물을 보면 궁극적으로 작가가 염원하는 바는 관계의 형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익명과 소외의 현실에 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상호간에 상처받은 영혼을 보듬고 어루만져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은 <가벼운 인사>나 <관계-익숙한 사이>에서 구체적 행위로써 나타난다. 이들 작품은 동성애적인 요소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있으나 단지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표상으로 작용할 뿐이다. 힘겨운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진하게 묻어난다. 작가는 자신의 명함과도 같은 남자누드를 통해 자신의 심리상태와 처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관계를 향한 작가의 바람은 <스크럼(Scrum)>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럭비경기에서처럼 생동감 넘치고 에너지가 응축된 스크럼이 아니다. 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려하지만, 지친 모습만 역력하고 순식간에 무너질 듯 한 위태로운 상황만 연출된 뿐이다. 이 작품 역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전제됨으로써 삶의 무게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공유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작가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의지는 각각의 화면에 부친의 초상과 자신의 자화상을 병치시킨 <부자의 초상>으로 정리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부친께서는 지병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이승과 인연을 달리하였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너무나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작가는 앨범 속 그분의 마지막 사진 속에서 지금의 자신과 너무나 똑같은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마흔다섯이라는 나이에 힘든 삶의 자취를 지워버린 부친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한 작가는 “그분의 삶이 나의 과거였다면, 앞으로의 삶은 그분의 미래다”라는 말로 현실에 대한 자위와 앞으로 살아가야할 예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억의 파편은 회화적 대입을 통한 거친 붓놀림으로 드러난다. 뭉개진 색층을 헤집고 세월이라는 망각의 시간을 거스름으로써 41살의 동년배의 부자는 하나의 작품 속에서 만난 것이다.

Ⅲ. 작가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명백히 제시함으로써 주제를 성공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넓은 전시공간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 대작위주의 작품 역시 주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재료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작품에 스민 연민과 우울은 유화의 질척거리고 재료적 특성과 효과적으로 부합된다. 거친 붓 터치의 속도감과 짓이겨진 물감 층 역시 긴장감 있는 화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첫째, 기존의 작품들을 보면 오랫동안의 인체작업으로 타성에 젖은 기계적 숙련이 인체와 화면을 다소 경직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근래 빠른 평필의 스트로크로써 이를 다소 해결하려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형화된 인체표현의 특성이 남아있다.
둘째, 지역화단의 다른 작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작업태도와 이에 따른 회화적 성과는 고무적인 일이나 동년배의 몇몇 작가와의 형식상 ․ 경향상의 유사성이 뚜렷이 발견된다.
셋째, 과거의 작업에서 다소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나 -마티에르 보다는 빠른 붓놀림과 색채의 강조-그 변화의 폭이 좁고 지체되는 현상이 목격된다. 매전시마다 비슷비슷한 포즈의 인물들이 크기만 달리한 채 제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소재의 형식적 반복이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보아온 관객들에게는 작가의 주장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작가는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었다. 공자세대와는 달리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그림에 대해 ‘구원’이라는 다소 과장된 단어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이는 그림이 작가의 정체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는 그의 신념을 드러낸다. 예수가 로마통치하의 민중들에게 구원의 의미를 제시했던 것처럼, 그의 신념이 현실에 지친 작가의 삶과 작품을 인도함을 넘어, 동시대인들에게 던지는 삶의 의미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